티스토리 뷰

2017 1월 어느날.....


밴쿠버의 겨울은 유난히 깊었다.

십년을 넘게 밴쿠버에 살았지만 제일 지리하고 힘들었던 겨울이 아닌가 싶다.

자주 쌓인 눈이 내 허리를 괴롭혔고, 빈번하게 영하 아래로 내려가는 온도는 몸을 더욱 움츠리게 했다.

예년 같은면 간간히 손가락 호호 불며 겨울 골프를 즐기었는데 올해는 하얗게 페어웨이를 덮힌 눈에 그나마 적당히 얼려서 골프는 엄두도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연습장도 문을 닫았다. 

이렇게 약 한두달을 지내니 부슬비 내리면 간간히 햇살을 보여주던 밴쿠버의 겨울은 정말 그리웠다.


아내는 친구들끼리 계를 부으면서 한달에 한번정도 만나면 수다와 음식을 나누곤 하였다.

모임이야 몇개씩 있지만 이모임은 겨울 골프여행으로 목표를 삼아 곗돈을 모은 것이니 당연히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멕시코 리비에라 칸쿤으로 갔는데 그래도 냉동고에 곰국,미역국등 많은 음식을 넣어 놓고 아들과 나를 황량한 밴쿠버에 놓고 떠났다.

아무리 여성의 지위가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엄마와 부인이라는 역할은 분주하기만 하다. 더구나 자신을 되돌아 보기라도 하면 왠지 머리가 무거워지기도 할 것 같다. 그것은 비단 여자만의 느끼는 문제가 아닐진대 가정에서의 그 역할이 명료하게 보여 더욱 자신의 모습이 작아보일 것이리라. 남자라고, 남편과 아빠의 역할은 어디 쉬우랴.. 스트레스가 없으며 땅을 향해 긴 숨 한번 쉬지 않겠는가.

그래도 나는 아내가 이런 여행을 향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한 일주일을 다른 가족에 대한 염려 없이 all inclusive resort에서 편안히 지내는 것은 아내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주겠는가? 눈 뜨고, 씻고, 식당 가서 아침 먹고, 옷 갈아입고, 골프코스에서 뒷땅 몇번 치면서 햇살 받으면 그린의 주인공이 되며, 오후가 되면 다시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진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적당히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부페에서 칵테일 곁드려 저녁을 먹어 주고, 아주머니들의  유쾌한 수다가 바닥을 보일 때 즈음에 숙소에서 쉬면서 그냥 꿈나라로 가면 된다. 이런 인생을 평생 살면 쪼끔 그럴것 같다.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내게는 불가능하니 재미 없을 거라 반억지 부린다. 


서설이 길어 졌지만, 이런 연유로 둘이 밴쿠버에 남은 아들과 나는 탈출을 꿈꾼다. 

록키, 밴쿠버아일랜드, 미국등이 물망에 올랐는데 아들이 오레곤코스트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가면 된다.  큰 파도 넘실대는 오레곤 코스트로... 사실 나는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입국심사라는 딱딱한 절차는 거의 기분을 평균이하로 떨구기 때문이다. 거기에 요즘은 환률도 엉망이다. 0.73정도 되니 캐나다 돈은 괜히 손해보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들이 가자는데 그깟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아들과 같이 가는 여행이니까.


Itinerery 이거 발음이 어려웠는데 이번에 정확히 아들한테 배웠다. "아이티너어리" 이렇게 발음하란다. 어째튼 여행계획을 만들었다. 여행계획이라는 것이 찾아 볼것도 많고, 시간 계산도 복잡하고 결정해야 할 것도 많은 스트레스 받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돈드는 여행을 하는 설레임으로 접근하면 즐거운 일이다.


호텔 예약을 했다. 일단은 주말이 겹치는 이틀만 했다. 겨울에 길 가에서 노숙은 곤란할 뿐 아니라 미국 국경을 넘는데 주소가 필요하다. 인터넷으로 고르고 골라 했다. 기준은 침대가 두개짜리로 가격은 좋은게 좋은거다. 무난하게 프랜차이즈를 골랐다. 실패할 확률이 아무래도 적으니 모르는 지역을 여행할 때는 프랜차이즈가 맘이 제일 편하다.

휴대폰 로밍을 해야 한다. 데이터만 사용하면 인터넷 전화번호가 있으니 전화도 사용가능하다. Bell 홈페이지에 가서 둘러보니 유효기간이 한달로 200메가가 20불, 1기가가 50불이다. 나는 나흘정도만 사용하면 되니 200메가로 할까 하다가 RoamBetter라는 못 보던 부가서비스가 보인다. 하루에 5불이면 전화,문자가 로밍되고 데이터는 하루에 100메가 준단다. 그럼 4일이면 20불에 400메가이니 이게 더 좋다. 전화도 인터넷전화보다 로밍되는 전화가 더 안정적이니 Roambetter를 신청했다. 내가 미국으로 이동이 되면 알아서 자동으로 로밍이 된다다. 좋네....



첫째날 _ 당연히 집에서 나간다. 미국 국경은 좀 인간적인 앨더그로브를 택하기로 한다. 시애틀 들어서기 전에 2번도로로 내륙으로 들어가 leavenworth라는 독일풍 동네에 들려 눈요기 하고 배요기 한다. 시애틀로 나와서 한밤 잔다.


둘째날 _ 링컨이라는 동네까지 간다. 먼거리는 아니다. 쉬엄 쉬엄 간다. 링컨이라는 동네에는 맛있는 피시앤칩스 식당이 있다. 꼭 거길 가야한다. 카지도도 있다. 술도 어른과 같이 배우면 좋다 하는데 나는 카지노를 좋아하지 않지만 젊은 혈기의 아들과 도박(?)도 같이 간다. 아빠랑 같이 가는데 막 나가진 않겠지.


세째날 _ 포틀랜드에 간다.  The Grotto라는 성당에 들리고 시간이 나면, 쇼핑몰에서 쇼핑도 한다.


네째날 _ 바로 밴쿠버로 바로 돌아오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깝다. 여행의 꽃은 액티비티 아닌가? 세그웨이로 포트랜드 시내관광을 한다.


이렇게 훌륭한 계획으로 아들과 road trip를 하기로 하고

제발 아들과 삼박사일동안 싸우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란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